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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트럭 모는 CEO

#4. 마흔 살. 두 딸 아빠...빚 1억5천, 뭘 먹고 살지?

by 센시오 2020. 9. 8.

숨만 쉬어도 1천만 원이 나가는 '내 가게'

도곡동 가게를 그만둘 무렵, 아는 후배로부터 강남역 마트 한 곳을 소개받아 청과 코너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번 가게 역시 내가 장사를 도맡은 후로 매출이 급증했고, 늘어나는 매출만큼 내 장사 노하우도 쌓여갔다.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마트 사장이 내게 청과 코너 인수를 제안했다. 문제는 돈, 그러나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에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아 계약을 했고, 드디어 '내 가게'가 생겼다.

내 가게 생겼다는 사실에 설렘도 잠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5평도 채 되지 않는 가게…. 월세 300만 원, 수수료, 직원 월급까지 1달 지출이 1,000만 원에 육박했고, 대출은 5,000만 원을 훌쩍 넘어버렸다.

전전긍긍하며 버티던 어느 날, 매장 앞에 강남역 빗물저류장 공사를 공지하는 큰 현수막이 내걸렸다. 공사가 시작되었고 우리 가게로 통하는 모든 진입 도로가 수십 대의 중장비들로 인해 파헤쳐졌다. 모래 먼지가 가득한 가게 앞, 손님들의 발걸음은 뚝 끊기고 말았다. 서울시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이 없어 공사장 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위기를 앞당겼다.

며칠 뒤, 마트 주인이 상기된 얼굴로 나를 불렀다.

“이번 12월이 재계약이지? 재계약은 없으니까 그렇게 알아. 민원도 작작 넣어야지 뭐 하는 짓이야?

지금 당장 가게 빼면 보증금 남은 건 돌려줄게.”

그렇게 나의 첫 가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다음날 나는 거래처 사장님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한 달에 300씩 미수금을 갚아나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마흔을 눈앞에 둔 딸 둘의 아빠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가족들과 거리에 나앉게 돼버린 상황에 기가 막히고 억울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무거운 입을 뗐다. 그런 나를 보며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듣고 있다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업체에 출근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을 건넸다.

그 회사의 월급은 200만 원이었다.

그러나 내가 아내에게 말하지 못한 빚은 1억 5천...

한 달에 갚아야 할 돈이 1,000만 원에 가까웠다.

그 월급으로는 이자만 갚기도 허덕일 게 뻔했다.

나는 아내에게 다시 어렵게 말을 꺼냈다.

나 다시 과일 장사를 해볼까 해.

내 입에서 다시 나온 '장사'라는 단어에 아내는 결사반대했다.

“미쳤어? 당신 미쳤냐고. 내가 지금까지 당신이 뭐 한다고 할 때 말린 적 있어? 이제 제발 남들처럼 직장에 다녀. 우리가 열심히 일하면 빚 못 갚겠어? 난 ‘장사’라는 말만 들어도 넌더리가 나.”

하지만 나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 남들과 똑같이 월급으로 꾸려나가는 살림은 조금도 미래가 없을 거란 것을. 빚과 돈에 허덕이며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나마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은 장사였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많지 않은 내게는 유일한 출구였다. 무엇보다 지금의 내 처지로는 그 이상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여보, 마지막으로 한 번만. 딱 한 번만. 지금부터는 죽을 각오로 장사할게. 죽기 살기가 아니라 그냥 죽기로만.”

아내에게 하는 약속인 동시에, 스스로 새기는 뼈아픈 다짐이었다. 며칠을 울며 반대하는 아내를 간신히 설득하고서 2012년 6월 16일, 낡은 중고 트럭 한 대를 몰고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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