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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트럭 모는 CEO

#6. 연간회원 고객이 있는 트럭 장사?

by 센시오 2020. 9. 8.

손님을 팬으로 만드는 트럭 장사꾼

‘트럭 장사는 배달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편견이다. 손님의 연령을 고려해 배달 서비스를 해준다면 그것만큼 특별한 서비스도 없을 것이다.

“너무 많이 샀네. 다 못 들고 가. 반만 갖고 갈게.”

“엄마! 내가 배달해드릴게.”

“정말? 트럭에서 무슨 배달을 해?”

“이 엄마 속고만 살았나. 앞장 서요. 댁이 어느 쪽이세요?”

장사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돈이 오가는 사이지만,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딱 떨어지는 ‘기브 앤 테이크’ 공식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때로는 조금 넘치기도, 때로는 살짝 물러서기도 할 때 손님과의 관계가 진정한 의미의 ‘만남’이 된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고급 숍에서만 고객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게 아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길거리 트럭에서도 연간회원권을 끊는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다.

트럭에서는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또 한 가지 서비스가 바로 ‘애프터서비스(AS)’다. 트럭에서 산 물건이 영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나중에 환불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그런 점을 악용해서, 손님을 다시 안 볼 사람으로 여기며 물건을 속여 팔거나 바가지를 씌우는 장사치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트럭 장사에게도 신뢰가 재산이라 생각해서 단골 손님들에게 무조건 AS를 해준다는 철칙을 세웠다.

“총각, 이거 아까 사 갔는데 맛이 좀 이상해.”

“그래요? 어, 진짜 그렇네. 죄송합니다. 돈으로 돌려드릴까요, 물건으로 다시 드릴까요?”

물건에 하자가 있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면 손님들은 한풀 누그러진다.

“아니, 꼭 이러려고 갖고 나온 건 아닌데.......”

“아니에요,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요.

이거 갖고 가서 맛있게 드시고 맘 푸세요.”

이런 서비스는 곧 내 트럭에 '신뢰'라는 열매를 맺게 해준다.

아예 물건을 팔 때부터 이렇게 귀띔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 제가 매주 화요일 이 시간에 오니까,

혹시라도 문제 있으면 꼭 얘기해줘요.”

간혹 손님이 보관을 잘못해서 과일이 상한 경우도 있지만, 불평을 하는 분들에게는 두말 않고 새 과일을 내준다. 그런 뒤에 과일 마다 다른 보관 방법을 넌지시 일러주면 열이면 열, 내 트럭의 팬이 된다.

돈보다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

한 가지 더 비상식적인 서비스가 있다.

바로, '외상'이다.

트럭은 지나다가 우연히 들르는 곳이다보니

손님 중에는 꼭 이런 분들이 있다.

“에구, 지갑에 현금이 없네? 카드는 안 되죠?”

그러면 나는 말한다.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계좌번호 찍어드릴게.”

손님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낯설어하며 주저한다.

“에이, 날 뭘 믿고 덥썩 물건을 줘요.”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좌번호를 받아 간 손님은 틀림없이 돈을 보내준다.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한층 친근하게 알은 척을 한다. 때로는 다른 손님과 함께 와 그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이 총각이 그 총각이야. 돈도 안 냈는데 표고를 그냥 줬다니까. 그때 고마웠어요.”

장사꾼은 손해보는 셈 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남는 장사다. 돈을 남기는 것이 아닌,

신뢰를 남기고,

사람을 남기는 장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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