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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트럭 모는 CEO

#8. 없었다. 트럭장사를 기회라 말한 사람은

by 센시오 2020. 9. 8.

새벽 4시의 알람이 즐거운 이유

지금도 내 알람은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울린다. 도매시장을 가는 날이면 새벽 1시에 일어나 하루의 시작을 재촉한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가족들과 훌쩍 여행도 떠날 수 있는 삶을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아내와 두 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 미안함을 보상하려 나는 더 열심히 달린다. 새벽의 도매시장이 선사하는 활기와 설렘에 새삼 전염되고 나면, 하루를 시작할 새로운 의욕이 솟는다.

밤을 낮처럼 사용하는 장사꾼.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과일을 찾아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내가 좋다. 이렇게 매 순간 살아 있는 스스로를 오늘도 응원한다.

내 지갑 속에는 꿈이 담겨 있다. 천 원 짜리 지폐만한 쪽지에 앞으로 1년 뒤, 5년 뒤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적혀있다. 지칠 때나 나태해질 때 그 글귀들을 꺼내어 읽는다. 나는 아직도 낡은 중고 트럭 한 대에 몸을 실었던 그 순간을 잊지 않았다. 처음 무작정 찾아간 야채가게에서 장사를 배웠을 때 내 목표는, 당시 가게의 사장이었던 스승님을 뛰어넘는 장사꾼이 되는 것이었다. 이제 내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과일 장사꾼이 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대표 과일촌 안에서 꿈꾸는 모든이들의 손을 잡고 등을 밀어, 모두의 꿈으로 이뤄내는 것이다.

더 큰 꿈을 위한 디딤돌을 만드는 일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당장 할 일은, 국가대표 과일촌의 모든 트럭장사꾼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게끔 디딤돌을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그들의 힘든 삶에 당장의 빚을 해결하고 삶의 활로를 마련할 수 있는 방편으로서 트럭이라는 도구를 빌리게끔 하는 것이다. 트럭 장사로서 짧고도 긴 재활의 시간을 거친 후 이들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볼 때면 매번 마음이 뜨거워진다.

옆에서 조금의 힘만 보태준다면 누구든 당당한 아빠, 멋진 남편,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어 자기만의 자리를 만들어내고 꿈을 펼칠 수 있다. 이분들이 트럭 장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 과일촌 안에서 더 큰 목표를 향해 함께 항해 할 큰 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금의 내 꿈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수한 국가대표 과일촌의 제3물류 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트럭 물류센터이다. 물류센터를 확장함으로써 전국에 우리 제품을 유통하는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국가대표 과일촌의 규모는 커졌지만 신경쓰는 부분들은 더 세세해져 주변 자영업자들, 농가들과 함께 커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주된 고충인 구매 단가를 해결하고, 땀과 눈물로 재배한 농산물이 외면 당하지 않고 제대로 유통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농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농가와 소비자 사이의 합리적인 거래를 유도하고, 못난이 과일 같은 B급 상품도 버려지지 않도록 판로를 확보하고 싶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해내기 위해서 전국에 100개의 과일가게를 만드는 것이 현재 나의 목표다.

‘장사는 은퇴자의 무덤’이라 말하는 시대다.

나는 장사가 무덤이 아닌,

희망의 텃밭이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누구도 트럭 장사를

기회라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

나조차도 처음에는 트럭 장사가 기회가 아닌,

그저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기회의 씨앗은 내 옆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그리고 사막과도 같은 땅을 뚫고

기회의 씨앗은 싹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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