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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트럭 모는 CEO

#7. “트럭학교 졸업생 OOO입니다!”

by 센시오 2020. 9. 8.

“제발 사람 목숨 한 번만 구해주세요.”

어느날 모르는 번호로 내게 전화가 왔다.

목숨까지 운운하는 전화를 끊어버릴 수는 없어 그날 밤 장사를 마치고 그를 만나기로 했다. 그는 원래 한옥을 짓는 목수였는데 사고를 겪은 후 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했다. 목수일도 더는 할 수 없어, 트럭 한 대로 장사를 시작했으나 죽어라 노력했는데도 벌이는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삶을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철길 앞에 섰을 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대상이 TV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나'였다. 이렇게 오사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오사장님 외에도, 내게 연락을 하는 분들은 많았다. 대부분 40대~60대의 가장들로, 제2의 인생에 도전했지만 현실에 좌절한 이들이었다. 이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나도 이겨냈는데 누군들 못 하겠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누어 함께 성공해야겠다.’

이런 생각에서 트럭장사 사관학교가 생겨났다.

어느 날 27살 서울 명문대 건축학과 학생이 성현이가 자퇴를 한 채 사관학교 문을 두드렸다.

졸업해서 전공을 살리지 왜 트럭 장사를 하냐는 나의 질문에 성현이는 똑부러지게 답했다.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거든요. 대학 다니면서 늘 고민했습니다.이제 제가 갈 길에 확신이 들었어요. 그 일을 위해 밑천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꼭 입소하게 해주세요.” 독하게 트럭 장사에만 매달렸고 2년 후 목표했던 금액을 통장에 모았다.

지금 그는 중국에서 부동산 관련 일을 하며, 국제적인 사업가로서 열심히 발판을 닦고 있다.

“인자...... 나가 시방부터라도 트럭 장사를 한번 해보고 잡소.”

전라도 영암에서 올라온 장씨 아저씨의 첫 인상은 말 그대로 구수했다. 30대 중반의 가장인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라 했다. 하지만 그저 닥치는 대로 일만 했을 뿐, 딱히 무엇을 해야겠다는 꿈이나 미래의 계획이 없었다. 고민 끝에 번듯한 가게를 하나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트럭장사 사관학교에서 교육을 마치고 장사를 시작하면서 그는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를 장기로 손님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매출도 빠르게 올라갔다. 젊은 날의 방황을 만회하고 싶어서인지 그는 정말 장사만 생각했고 다른데 한 눈을 팔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그의 꿈이 현실이 되었다. 국가대표 과일촌과 함께하면서 자신의 가게를 인수한 것이다.

“일하러 가는 게 아니고 소풍 간다 아입니꺼.”

60대 중반의 배 사장님, 연세도 연세지만 몸이 너무 약해 보였기 때문에 입학을 거절했으나, 배 사장님은 몇 번이고 다시 찾아와 사관학교에 입소하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 간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어 결국 우리 식구로 받아들였다. 16개월 동안 트럭 장사를 하면서 이분은 누구보다 열정이 넘쳤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도, 한파 예보가 있던 날도 개의치 않았다.

“배 사장님. 피곤하실 텐데 오늘은 그만 쉬세요.”

"사람 구경하고 길가 구경하고 억수로 좋다 아입니꺼. 내 혼자 할라 캤으면 진즉에 때리치았으예. 하나에서 열까지 마 단디 알카주시니께 됐다 아입니꺼. 윽수로 고맙습니데이, 배 감독님.”

나는 ‘쉼’이라는 말을 이분에게서 배웠다. 배 사장님은 일을 곧 쉼이라고 받아들였다. 내가 신발 끈을 고쳐 묶고 긴장한 채 내달렸던 길을, 그분은 소풍 가듯 즐겁게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장사한지 1년째 되던 날,

배 사장님께서 내게 다가와 말하셨다.

배 감독님,

인제 빚 다 갚았심니더.

지 같은 노인네도 했는데 젊은 사람이 와 안되겠슴니꺼. 우리 1억 클럽 함 만들어보입시더. 쪼매 열심히 하면 1억 모으는 거 다 할 수 있다 아입니까.”

그가 제안했던 1억 클럽은, 현재 국가대표 과일촌에서 새로운 제도로 뜻을 잇고 있다. 사관학교 이수 후, 1년 이상 성실하게 장사를 한 팀원에 한하여, 본인의 과일가게를 열도록 지원을 한다. 가게 창업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은 회사가 지불하며, 수익은 개인이 전액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노력하는 사람들이 트럭 장사보다 한 단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함께 성장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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