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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0평 가게가 150평 마트를 꺽은 비결?

by 센시오 2020. 9. 8.

6년 만에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되다.

우리 세 사람은 아는 것이라곤 동네 이름뿐인 '도곡동'에 새 터전을 마련했다. 가게 인테리어 공사기간 동안 우리는 홍보에 전념했다.

드디어 가게 오픈날,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 손님들이 밀어 닥쳤다. 준비한 쌀 10kg 59포대가 하루 만에 완판되었고, 너무 바빠져 나중에는 손님들에게 배달이 힘들다고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클랙슨 한 번만 눌러주세요."

“어머니, 죄송한데요 오늘 배달이 너무 많이 밀렸어요. 며칠간만 양해 좀 부탁드려요.

아니면 지나가다 클랙슨 한 번만 눌러주세요. 바로 차에 실어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 10평 짜리 가게가 오픈 첫 날 올린 매출은 무려 3,000만원이었다.

백화점 직원도 견학오는 10평 가게?

주력 상품은 과일이었지만 생선에도 각별히 정성을 쏟았던 내 정성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 가게는 ‘생선 물이 끝내주는 곳, 손질까지 끝내주는 곳’으로 동네에 소문이 났다. 의아했던 것은 주민들 사이에서만 유명한 것이 아니었다. 이 동네에는 백화점과 150평 크기의 대형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거기까지 우리 가게의 소문이 퍼져 백화점과 슈퍼마켓 직원들이 앞다투어 우리 가게로 정탐을 나오기까지 했다.

얼마 후 대형 슈퍼의 수산물 코너에 '진짜 장사를 잘하는 사람'으로 새 직원을 뽑았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도곡동 일대의 최고급 마트가 작은 동네 가게에 밀린 것이 못내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승부욕이 발동했다.

다음날 새벽,

도매시장에 간 나는 단골 상인에게 대뜸 물었다.

“이모, 오늘 갈치 몇 짝 있어?”

“3킬로짜리 88짝 나와. 그거 뭐하러 물어?”

그 당시 갈치가 큰 것이 한 짝에 5만 원이었으니,

88짝이면 5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다 실어.”

갈치 88짝을 싣고 가게로 들어오자 선배의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너, 이거 어쩌려고 그래? 우리 냉장고도 없잖아.

오늘내로 못팔면 끝인 거 알지?”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갈치 한 마리를 꺼내 스카프처럼 목에 두르고 장사에 나섰다.

촉촉한 갈치에 ‘세일’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다음, 복도에 놓인 조경수에 낚싯줄로 매달았다. 간판에도 갈치를 걸고 허리에도 칼처럼 갈치를 찼다.

“어머, 이게 뭐야. 갈치가 열리는 나무네.”

“오늘 하루만 갈치가 열리는 갈치나무~!”

“물고기 총각, 목에 그거 너무 웃긴다.”

나는 단골 손님들에게 그날그날 홍보 문자를 보내곤 했다. 그날의 문자는 당연히 ‘오늘은 갈치의 날’이라는 내용이었다. 특별 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손님들은 서둘러 가게로 나왔다.

그날의 ‘갈치 파티’는 대성공이었고, 갈치 88짝은 거짓말처럼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와 경쟁을 벌이던 대형 슈퍼마켓의 수산물 코너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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