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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트럭 모는 CEO

#1. 낡은 지하가게 하루 매출이 1000만 원?

by 센시오 2020. 9. 8.

'오픈 전담' 팀장으로

야채가게에서 근무한 지 6개월쯤 되던 날,

사장이 나를 불렀다.

“이번에 오픈하는 점포가 있는데 팀장으로 가볼래?

가서 매장 한 번 잘 만들어봐.”

팀장은 직원 관리부터 가게 운영, 매출 관리까지 모두 관할했기에 한마디로 야전 사령관이라 할 만큼, 막중한 자리였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매장을 본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강남이었지만 상가 건물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낡았고, 설상가상 내가 맡은 매장은 지상도 아닌 지하에 위치하고 있었다. 어두운 형광등 불빛, 하수구 사이의 쥐와 바퀴벌레, ‘이곳에서 과연 먹거리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오픈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좋은 물건을 확보하고, 발품을 팔아 전단지도 돌리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드디어 가게 문을 열었고, 결과는 참담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문을 닫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내 가게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고, 기어코 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당시 가장 큰 문제는 판매양이었다. 생물 장사는 빠른 순환으로 물건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날 들어온 물건은 그날 다 판다’는 것이 내 철칙이다. 그런데 지하 가게의 하루 판매양이 너무 적었다.

나는 지하에서 다팔지 못한 물건을 싣은 리어카와 종을 들고 동네를 누비기 시작했다. 종소리만 들어도 ‘아, 과일가게 총각이 나왔구나.’ 하고 알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과일 리어카 왔다!

동네 어머니들은 내 종소리가 들리면 ‘과일 리어카 왔다’며 지갑을 들고 나왔다. 모두가 포기했던 점포는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매출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1층 자투리 공간에 천막을 치고 장사를 시작했고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상 천막 매대에서 장사를 시작한 후 매출이 세 배 이상 뛰어 일 매출 1,000만 원을 훌쩍 넘기 시작했다.

잠원동 지하 매장을 성공시킨 후 내 위상은 높아졌다. 오픈을 앞둔 점주들은 소문을 듣고, 자신의 점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나는 ‘오픈 전담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열 군데가 넘는 매장을 담당하게 되었고, 모든 매장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매번 치열한 전쟁을 치르면서 나의 장사 노하우 또한 빠르게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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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엇을 위해 이곳에 왔는가...

장사에 뛰어든 지 어느새 6년. 날 행복한 장사꾼으로 만들어준 첫 일터에 어느 순간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직원에게 꿈과 도전을 키워주던 가게는 점점 몸집 불리기에만 힘을 쏟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곳을 찾아왔는지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 무렵, 동료들이 제안을 해왔다.

“여기를 나가서 새 가게를 해볼까 해. 새 브랜드를 만들고, 처음 우리가 일했던 그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까 한다. 같이 해볼래?”

내 안의 녹슬었던 ‘설렘’이 기지개를 펴는 느낌이었다. 불안과 염려도 뒤따랐지만 이대로 멈춰 있다가는

‘장사’라는 일에서 몸도 마음도 완전히 떠나게 될 것만 같았다.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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