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자카산업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ISO 인증을 취득하고, 설비를 새로 정비했지만 지역 사람들은 우리 노력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우리 회사가 지역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하면 눈으로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산림 공원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공원이 순조롭게 확대되고 변모하는 동안,
한편에서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시자카산업이 숲을 파괴하고 있다’라는 비난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 산림을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했던 한 가지는, 산림을 보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글 같은 잡목림에 둥지를 틀고 살던 매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눈에는 정비 사업이 나무를 베어 매의 동지를 앗아가는 자연 파괴 행위로만 비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의 요구를 다 수렴하면서 잡목림을 보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보전의 지표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이시자카산업의 산림 보전 활동이 설득력을 갖추려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자연을 보호하고 있는지 내세울만한 증거가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JHEP(서식지평가인증제도)였다.
이 제도는 ‘어떻게 하면 숲을 보호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우리에게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었다.
마침 언론 매체에서도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던 시기였다. 우리는 이왕 잡목림을 활용하고 보전하기로 했으니, 이 지역의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데 도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준비를 마친 후 JHEP 심사를 신청했다. 긴 심사 기간이 흐르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다. 이시자카산업은 ‘숲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야산을 재생하고자 노력했다’라는 평가와 더불어 일본에서 두 번째로 ‘AAA’ 등급을 획득했다.
놀라운 결과였다.
이제 우리의 사업은 뚜렷한 명분을 확보하게 되었다.

2012년, 서식지 평가인증제도 심사에서 ‘AAA’라는 최고 등급을 받은 후 나는 새로운 인정제도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번 목표는 2013년부터 시행되는 ‘체험 기회의 장 인정제도’였다. 이 제도는 아이들에게 환경 교육을 실시하거나 자연체험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설 가운데 안전한 곳을 각 행정구역별로 선별하여 인정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체험 기회의 장’으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이 여러 지면에 기사로 소개되자, 공장을 찾는 사람들이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연간 방문객 수가 2,000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20퍼센트였다.
우리 공장을 제일 처음으로 찾아온 아이들은 후지미노 시 초등학교의 4학년 학생들 120명이었다. 오락 파크에서 뛰놀고, 족욕탕에도 들어가고, 온갖 곤충을 찾아 탐험을 하면서 아이들은 우리 숲을 마음껏 즐겼다. 견학을 마친 아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지금까지 간 곳 중에서 제일 좋았어요!”라고 외쳤다.
아이들의 환한 얼굴을 보면서 우리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을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2005년부터 해마다 여름 축제를 열고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여름 축제를 해마다 개최하려면 사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담당자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안전 관리나 긴급 상황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손님들에게는 식사 티켓은 물론이고, 오고갈 때 이용할 수 있는 버스 편도 제공한다.
그렇게 한 번의 축제에 대략 1,300만 엔(약 1억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상당히 큰 금액이지만 우리 축제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들뜬 손자손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 흥겹게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고맙습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하는, 돌아가는 사람들의 인사만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한때 우리는 산업폐기물 처리라는 본업에 죽기 살기로 매달렸고,
우리를 있는 그대로 봐달라고 소리 높여 외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누군가에게 이해를 받는 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나는 우리 공장과 숲, 점포를 찾는 이들에게 늘 이렇게 말한다.
소풍이라 생각하고 편히 즐기다 돌아가세요.
비난받던 산업폐기물업체가 매년 3만 명이 찾는 곳으로!
30세 여사장이 집념과 눈물로 쌓아올린 12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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