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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반딧불이 CEO

#6. <반딧불이 CEO> 일 잘하는 직원은 이것으로 만들어진다?

by 센시오 2020. 9. 4.

폐기물을 처리하는 우리 업종에서

'품질’이란 뭘 말하는 걸까?

 

자동차의 품질, 음식의 품질이라면 어떤 특정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폐기물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컨설턴트에게 솔직하게 질문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사장님, 품질이라는 건요, 물건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아, 그럼 혹시 사람에게도 적용된다는 말씀이세요?”

나는 속으로 무릎을 쳤다.

‘그래, 인재의 질이 높은 공장을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표본으로 삼은 것은 당시 유행하던 ‘도요타 방식’이었다.

같은 공장인데도, 자동차 공장의 기술자라 하면 ‘정교한 능력을 갖춘 전문직’이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산업폐기물 처리공장의 기술자는 완전히 다르다. 그저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이미지만 떠오를 뿐이다. 이건 분명 우리 업계의 책임이었다. 회사의 교육에서 빚어진 차이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타 방식을 나름대로 공부한 결과, 기본은 ‘인사’와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질서의 일본어 첫 글자를 딴 도요타식 구호-옮긴이)’로 추려낼 수 있었다. 이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5S’의 경우는 시작부터 망설여졌다. 직원들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그들에게 다섯 가지 항목 모두를 바라는 건 아무래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청결과 질서 같은 까다로운 요소는 당장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그 두 가지는 눈을 감고 대신 나머지 ‘3S’에 집중해 철저히 지켜나가자고 다짐했다.

가장 먼저 ‘정리’부터 시작했다.

필요 없는 건 무조건 버렸다. 수납장이나 서랍을 열어서 만화책이나 도색잡지가 나오면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물건만 버린 것이 아니었다. 낡은 제도, 낡은 정신, 나쁜 습관도 예외 없이 폐기 처분하고자 했다.

정돈이란 재배열을 뜻한다. 물건도, 업무도, 제도도 제 위치에 놓일 때 효율이 높아진다. 나는 선반을 설치해서 업무에 필요한 공구들을 작업 순서에 따라 정돈했다. 사내에 통용되는 정보와 지식을 정돈하기 위해 데이터화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정리 정돈 작업을 거쳐 공장과 사무실이 깨끗해지자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청소’를 시작했다. 공장 설비의 경우에는 날마다 현장을 돌며 정돈된 상태가 제대로 유지되는지 확인했다. 이런 ‘현장 순회’는 사원들이 규칙을 준수하는지, 새로 결정된 사규를 잘 이행하는지를 점검하는 동시에 청소를 독려하는 목적도 포함하고 있었다. 현장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빼놓지 않고 작성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순회지도보고서’였다.

 

업무 일지와 별개였던 이 보고서에는 직원들이 3S 활동을 철저히 준수하는지, 인사를 제대로 하는지 등을 기록했다. 사장이 된 이후 12년간 나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현장을 살피고 있으며, 어김없이 순회지도보고서를 확인한다.

그렇게 8년이 지나자 회사 전체가 하나의 조직으로서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 눈에 보였다.

나는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긍심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변화하기를 바랐다.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조직이 되었으면 했다.

“예스맨은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 생각하세요.

그래야만 일하는 보람도 있습니다.”

나는 사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다 한번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2채널’에 올라온 어느 직원의 글을 보고 마음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우리 사장은 자기 스스로 생각할 줄을 몰라.

그러니까 자꾸 우리보고 생각하라고 하지.”

정말로 맥이 탁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세운 원칙을 믿었고, 그 원칙 위에서 변화될 조직의 힘을 믿었다.

비난받던 산업폐기물업체가 매년 3만 명이 찾는 곳으로!

30세 여사장이 집념과 눈물로 쌓아올린 12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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