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를 향한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임시 사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부터 나는 미움을 받았다. 30살의 일개 사원이었던 내가 지역 주민들의 비난이 쏟아지는 어수선한 틈을 타 느닷없이 사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쟤가 현장 일을 뭘 알겠어?’ 하는 불신과 불만의 기색이 사내에 역력했다. 사장 취임 직후에는, 내 차의 앞 유리가 산산이 부서졌던 사건도 있었다.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돌멩이가 날아와 깨졌을 거야.’
그렇게 애써 아무 일도 아니라고 자신을 타일렀지만, 사원들 중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내 차 유리를 때려 부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사장이 직원을 의심할 정도로, 당시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ISO 인증 취득을 위해 첫걸음을 내딛었을 때도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앞으로 회사를 변화시키기 위해 ISO 14001 인증을 취득하려고 합니다.
1년 안에 취득 절차를 완료하고자 하니, 부디 여러분 모두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때였다.
“쾅!”
조용한 사무실에 별안간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 번이 아니었다.
“쾅! 쾅!”

사원 세 명이 콘크리트 바닥에 안전모를 내던진 것이다.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바닥의 안전모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흔들렸다. 나는 그들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한 사람이 “쳇!” 하고 혀를 차더니 내 시선을 피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짜증 나서 못 해 먹겠네!”
아마도 그들은 ‘ISO인지 뭔지 내 알 바 아니니 그만 좀 귀찮게해라!’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현장도 잘 모르는 계집애가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고 있네.’ 하는 불만도 있었으리라.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갑시다!” 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긴 하지만,
그 뒤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줄을 이었다.

내가 사장이 된 지 반년 만에
전체 사원의 40퍼센트가 사표를 냈다.
덕분에 55세였던 평균 연령은 순식간에 35세로 내려갔다. 이시자카산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비난도 여전했다. 그야말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계속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는 “저런 회사는 없어져야 해!” 하는 힐난의 목소리가 거셌고, 안에서는 “여기에서 나갑시다!”라며 회사를 등지는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사장인 나까지 흔들릴 수는 없었다.
나는 ‘영속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만 바라보고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만약 회사가 스스로 바뀌지 않는다면 ‘탈 산업폐기물업체’는 말뿐인 구호로 끝날 테고, ‘영속 기업’ 또한 덧없는 꿈에 그칠 터였다.
‘개혁에 불만을 품은 사람은 나가도 좋다.’
나는 그런 각오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비난받던 산업폐기물업체가 매년 3만 명이 찾는 곳으로!
30세 여사장이 집념과 눈물로 쌓아올린 12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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