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밥 먹여주냐?
건물이 좋다고 돈이 더 벌리는 게 아니야.
‘탈 산업폐기물 업체’라는 목표를 내세웠을 때, 나는 회사의 외형을 이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당시 이시자카산업의 건물은 공사 현장을 방불케 했다. 그 상태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산업폐기물 처리업체라는 혐오 시설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없었다. 나는 지역 환경을 생각해 산업쓰레기 분류와 재생을 건물 안에서 처리하는 독립형 전천후 종합 설비를 갖춘 건물로 바꾸고 싶었다. 밖에서 보았을 때 외관이 흡사 빵 공장 같았으면 했다.
건실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갖추면 직원 채용 시 지원자들의 관심을 얻는 데 훨씬 유리하다. 그래야 역량 있는 인재들을 끌어모을 수 있고, 회사의 개혁에 힘을 더해줄 조직 또한 꾸릴 수 있다. 사람들은 건물이 밥 먹여주냐고 했지만 나 역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본사 건물이 밥 먹여준다.
투자액이 40억 엔(약 4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만약 실패하면 이시자카산업은 도산할 수밖에 없다.
평생 막대한 빚을 떠안고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은 회사의 사활을 건 도전이었다. 이 도박의 결과에 따라, 회사가 무너지느냐 다시 일어서느냐가 결정될 터였다.
나는 관공서를 찾아가, 담당자에게 서류를 건네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다이옥신 보도 때문에 회사는 현재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앞으로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계속 사업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종합 설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발 허가를 꼭 좀 내주십시오.”
그러나 담당자는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말을 잘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시자카산업이네요. 이시자카 씨 본인이시죠? 허가를 내주면 내 목까지 달아나요. 산업폐기물 회사에 내줄 허가 같은 건 없습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행정 담당자가 민원인의 상담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창구에서 문전박대를 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산업폐기물 회사라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건 분명한 차별 행위였다. 나는 업계의 냉혹한 현실을 절감한 채,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반 제조업체가 사업을 위해 처음 공장을 짓는 과정을 ‘맨땅에서 일어서기’라 한다면, 산업폐기물업체는 공장을 짓는 시점에 이미 ‘지하 100층’을 각오해야 한다.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지하 100층에서부터 지상을 향해 기어오르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런 현실을 잘 알면서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이 일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심정으로 매달렸다. 내일까지 신청서를 가져오라고 하면 그날 바로 제출했다. 개발 허가를 검토하는 도시계획심의회는 한 해에 두 번밖에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심의를 한번 놓치면 한참을 또 기다려야 한다. 나는 어떻게든 다가오는 심의에 맞출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치고자 했다.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정상 궤도에 올려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마침내 2002년, 개발 허가가 떨어졌다.
2001년에 소각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지 딱 1년 만의 일이었다.
비난받던 산업폐기물업체가 매년 3만 명이 찾는 곳으로!
30세 여사장이 집념과 눈물로 쌓아올린 12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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