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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이타경영

#8.소년이 세계1%리더가 된 비결?

by 센시오 2020. 8. 26.

뼈저린 경험에서 배운 신념

내 나이 열여덟 살, 처음 배를 타던 그날을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지룽에서 출발해 가오슝을 거쳐, 하이난 다오로 향하는 여정이었다. 배에 오르자마자 와타베 사무장은 내게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가오슝에 도착하기 전까지 ‘적하목록(배에 실은 화물의 내역을 적은 목록)’을 열여덟부 만들라는 것이었다. 복사기가 없던 때라 손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룽에서 출발하자마자 갑자기 풍랑이 거세졌고 크기가 작은 우리 배는 심하게 흔들렸다. 배에 탄 것이 처음인 나는 심한 뱃멀미로 나중에는 제대로 앉아 있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다. 내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운 지경에 힘을 주어 글자를 쓰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나는 괴로워도 반드시 맡은 임무를 완성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다. 보통 두 시간이면 충분히 작성할 수 있는 적하목록을 심한 뱃멀미에 시달려가며 하루를 꼬박 지새운 끝에 간신히 완성했다. 잠시 후, 배가 가오슝 항에 도착했다. 해상경찰이 화물을 검사하기 위해 우리 배에 올랐고 와타베 사무장은 내가 만든 적하목록 네 부를 제출했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에 쓰는 건가 싶어 사무장에게 물었다.
“사무장님, 나머지 열네 부는 어디에 제출할까요?”
“남은 건 그냥 태워버리게!” 

어린 견습생인 나는 침착하게 상황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화가 치솟아 몸을 돌린 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을 해댔다. ‘빌어먹을 사무장……, 잠 한숨 못 자고 토악질하면서 쓴 걸 태워버리라고? 내가 신입이라고 괴롭히는 건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그 모습을 본 사무장은 나를 사무실로 불렀다.
“그래, 내가 자네에게 필요도 없는 적하목록을 여러부 만들게 했지. 사실 그건 모두 자네를 위해서야. 그렇게 일에 집중해야 뱃멀미를 견딜 수 있고 앞으로 배 생활도 쉬워지거든. 괴로운 하룻밤을 지냈으니 앞으로는 훨씬 나을 걸세. 그러니 이제 그만 화 풀어. 다 자네 잘되라고 그런 거라니까!”

그 말은 정말이었다.
이후 가오슝에서 하이난다오로 가는 기나긴 여정 중에 나는 크게 뱃멀미를 하지 않았고 하루하루 바다 위 생활에 적응했다. 이후 나는 와타베 사무장을 롤 모델로 삼았다. 지금도 그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밤 새워 양동이에 토를 해가며 글씨를 썼던 그날의 경험은 내 의식 깊은 곳에 한 가지 가르침을 새겨놓았다.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면 일단 고개를 들어 마주하라.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수백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발을 동동 굴러봤자 벽에는 작은 실금조차 가지 않는다.

일단 마주하라. 그리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파고들라. 땀을 흠뻑 쏟으며 그 일을 해냈을 때, 내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벽의 아랫부분에 큼직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의지’라고 표현한다. 첫 항해에서 뱃멀미와 싸우며 임무를 완성한 나는 이후 각종 난관과 시련을 견뎌내며 선장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흘러 에버그린 해운을 세우고 에바 항공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비상하기까지, ‘의지를 가지고 마주해야 한다’는 이 신념은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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