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신뢰를 버는 법
1985년에는 샌프란시스코 항구의 사용 계약을 맺었을 때였다. 얼마 후, 미국 시장을 둘러보러 갔을 때 샌프란시스코 시장 다이앤 파인스타인은 내게 한 가지 의뢰를 했다. 항구까지 이어지는 철로를 만드는 데 투자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했기에 시원스레 그러겠노라고 답하고서 귀국했다.
하지만 이후 담당 부서가 면밀하게 조사하고 평가해보니 이는 전혀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이었다.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아니니 약속을 파기해도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서로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여 즉각 철로 건설을 시작했다.
파인스타인 시장은 이 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샌프란시스코와 타이베이는 십여 년 전부터 자매도시였지만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타이베이에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다. 이에 나는 파인스타인 시장에게 타이베이를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고,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철로 건설 사업은 표면적으로 적자였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얻었다고 나는 평가한다. 먼저 신의를 바탕으로 상대의 인정과 존경을 얻었다. 또한 대만과 샌프란시스코의 관계를 한층 가깝게 만들어 향후 합작의 기회와 가능성을 만들어냈으니 실질적으로는 실보다 득이 더 크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길
컨테이너선을 처음 주문한 곳은 오노미치 조선이었다. 에버그린 설립 초기부터 꾸준히 거래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1990년대 초, 오노미치 조선에는 우리가 원하는 규모의 대형 선박을 만들만한 크기의 선대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함께 성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고 오노미치 조선에 우리 배를 만들어달라고 주문서를 넣었다. 그런 후에 즉각 다른 조선업체에 하도급을 주어서 오노미치 조선과 협력하여 대형 선박을 완성하도록 했다.
사실 이런 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며 전혀 ‘사업가다운’ 발상이 아니다. 돈을 이중으로 쓰는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는 이것이 의(義)와 이(利)를 모두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었다.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업성’이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 이상의 목표와 가치를 향해 나아갈 때 돈보다 사람을 벌고, 작은 조직이 아닌 업계 전체를 경영하는 사업가가 되리라 믿는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하는 일의 수혜자를 ‘나’로만 한정해서는 발전에도 한계가 있다.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 사업 파트너, 거래처, 그밖에 관련된 모든 이들이 이 일을 통해 보람을 얻고 만족할 때 성장의 에너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기(利己)’가 아닌 ‘이타(利他)’ 경영이 중요한 이유다.
거래처가
부자가 되는 방법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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