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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이타경영

#4.줄자 하나로 창조한 블루오션?

by 센시오 2020. 8. 25.

반백살이 넘은 학도

1989년, 마침내 대만 하늘이 민간 기업에도 개방되었다. 우리 그룹은 즉각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도 사업을 펼치기로 결정하고 에바 항공 설립을 준비했다. 그때 내 나이는 이미 예순을 넘었다. 남들은 슬슬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밤낮으로 항공 분야 서적을 읽고 복잡한 항공업을 연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직접 작업복을 착용하고 공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비행기 제작의 실무를 확인, 또 확인했다. 또 GE를 방문해서 비행기 엔진 설계 및 제조에 관해서도 배웠다. 비행기를 제작하는 도중에도 좌석 배열, 실내 인테리어 등을 놓고 계속 의견을 제시했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시트커버 원단을 발견하면 당장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비행기가 최종 완성되어 납품되기 전까지 수도 없는 수정, 개선 과정이 반복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에바 항공은 이륙 준비를 완료했다.

내가 그렇게까지 한 것은 중대한 사업의 무게 때문이기도 하지만, 타고난 성격 탓도 있었다. 디테일을 중시하고, 완벽을 추구하며, 까다롭다는 소리마저 듣는 성격은 아마도 젊은 시절에 굳어진 것 같다. 성격이 이렇다보니, 비행기를 타기만 하면 각 항공사의 좌석 크기나 배치 등을 비교해가며 혼자서 점수를 매겨보곤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까다로움은 헛수고가 아니었다. 열심히 치수를 재고 다닌 것이 후에 회사를 살리는 큰 아이디어가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작은 줄자가 불러온 성공

에바 항공은 설립 초기에 운없게도 불경기를 맞았다. 원래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던 승객들도 이코노미석으로 일제히 몰렸다. 나는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 사이에 위치하는 완전히 새로운 좌석 등급,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고안했다. 이는 전 세계 어느 항공사에서도 없던 시도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을 결합한 좌석 등급이다. 좌석 배치를 조정해 공간을 넓히고 발받침, 고급 기내식 제공 등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에바항공의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만석 행진을 이어가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처음 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을 때, 직원들 대부분이 입을 모아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던 기억이 난다. 좌석 등급을 추가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물러서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 획기적인 시도가 큰 인기를 끌자 지금은 전 세계 여러 항공사가 하나둘 모방하는 실정이다. 이것은 모두 줄자를 품고 다니며 여기저기 유난스럽게 치수를 재고 다닌 덕에 이룬 성과다. 믿기 어렵겠지만 내 주머니 속의 작은 줄자 하나가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불러왔다.

 

거래처가
부자가 되는 방법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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