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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이타경영

#7.6천억 적자와 맞바꾼 직원복지?

by 센시오 2020. 8. 25.

2만 7000명의 가족들을 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후, 세계 항공업계가 속절없이 쓰러졌다. 우리 에바 항공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우리는 10월에 부이사 이상 임원들의 업무수당 지급을 취소했으며, 다음 해 1월에는 부서장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일시적으로 삭감하는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테러의 여파가 사그라들면서 다시 경기가 살아나고 회사에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즉각 비상조치를 해제하고 직원들이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을 모두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삭감한 임금을 ‘빌린 돈’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반년 내내 속으로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라고 계속 되뇌었다.

직원들조차 삭감된 돈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나는 경기가 회복되자마자 이 돈부터 먼저 갚았다. 우리 직원들은 이 돈을 받고서 ‘길에서 공돈을 주운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몇 년 후, 2008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많은 회사가 정리해고와 무급 휴가를 단행했다. 하지만 나는 직원을 해고하지도, 임금을 삭감하지도 않으면서 꿋꿋이 버티며 난관을 넘겼다. 그 결과 2009년 에바 항공은 무려 약 5,779억 2,000만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하지만 흑자를 기록한 에버 그린 해운과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연말 상여금을 지급했다.

에바 항공이 적자를 낸 것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계 경제 환경의 피치 못할 영향 때문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한숨을 쉬며 우울한 새해를 맞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40여 년 전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는 직원이 30~4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 우리 그룹 전체 직원은 2만 7,000여 명에 달하며 전 세계 5대양 6대주, 총 9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종종 이렇게 많은 계열사와 자회사, 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이 한 운명으로 엮여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에버그린 그룹의 성공과 부와 명예는 모두 이들과 함께 이룬 것이며, 그렇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회사는 외부의 사업 파트너에게 책임을 다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뿐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고 극대화하는 일이야말로 고용주로서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다.

 

거래처가
부자가 되는 방법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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