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만 7000명의 가족들을 품다
2001년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후, 세계 항공업계가 속절없이 쓰러졌다. 우리 에바 항공도 예외가 아니었으며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다. 우리는 10월에 부이사 이상 임원들의 업무수당 지급을 취소했으며, 다음 해 1월에는 부서장 이상 직원들의 임금을 일시적으로 삭감하는 ‘비상조치’를 단행했다.
그로부터 반년 후, 테러의 여파가 사그라들면서 다시 경기가 살아나고 회사에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즉각 비상조치를 해제하고 직원들이 그동안 못 받은 임금을 모두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삭감한 임금을 ‘빌린 돈’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반년 내내 속으로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라고 계속 되뇌었다.
직원들조차 삭감된 돈을 다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지만 나는 경기가 회복되자마자 이 돈부터 먼저 갚았다. 우리 직원들은 이 돈을 받고서 ‘길에서 공돈을 주운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몇 년 후, 2008년에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많은 회사가 정리해고와 무급 휴가를 단행했다. 하지만 나는 직원을 해고하지도, 임금을 삭감하지도 않으면서 꿋꿋이 버티며 난관을 넘겼다. 그 결과 2009년 에바 항공은 무려 약 5,779억 2,000만 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하지만 흑자를 기록한 에버 그린 해운과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연말 상여금을 지급했다.
에바 항공이 적자를 낸 것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계 경제 환경의 피치 못할 영향 때문이니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직원들이 한숨을 쉬며 우울한 새해를 맞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40여 년 전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는 직원이 30~4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 우리 그룹 전체 직원은 2만 7,000여 명에 달하며 전 세계 5대양 6대주, 총 90여 개 국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종종 이렇게 많은 계열사와 자회사, 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이 한 운명으로 엮여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에버그린 그룹의 성공과 부와 명예는 모두 이들과 함께 이룬 것이며, 그렇기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 회사는 외부의 사업 파트너에게 책임을 다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뿐 아니라 직원과 그 가족들에게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행복을 도모하고 극대화하는 일이야말로 고용주로서 내가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과제다.
거래처가
부자가 되는 방법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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