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에 기반한 경영 전략은 언제부터 널리 통용되었을까? 그 시기를 가늠하려면 적어도 1970년대 후반까지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1970년대 초엽에 발생한 오일 쇼크의 여파로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정체기를 맞이하는데, 특히 다각화를 진행한 미국 기업들은 이를 계기로 사업 재편에 나선다. 그리고 1970년대를 거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경영 전략의 흐름이 실업계에 침투한다. 이는 BCG매트릭스가 널리 퍼트린 방법론이기도 하다.
한편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인 학술계는, 어떤 다각화가 수익성을 높이는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리처드 루멜트 Richard P. Rumelt의 연구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시장 자체의 성장은 더욱 정체되었고, 복수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은 한계에 부딪혔다. 그보다는 각 산업 내에서 어떤 경쟁 전략을 취해야 하느냐를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프로세스형 전략론’이라는 전략의 형태도 활발히 논의되었다. 이 전략론은, 의사결정을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전략을 형성해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가령 1장에서 소개한 헨리 민츠버그는 이런 형태의 전략을 ‘창발적 전략’이라 지칭하고 그 형성 프로세스를 1970년대 전반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었다.
다만 이 방법론 역시, 전략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실행하는 방식인 ‘분석형 전략론’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경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는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분석형 전략론’이 명확한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의 프로세스를 일반화된 틀, 즉 ‘템플릿’으로 만들어서 제시한 데 비해 ‘프로세스형 전략론’은 주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례의 소개에 그쳤다. 창발적으로 형성되는 전략은 그 특성도, 형성 과정도 제각각인 까닭에 참고는 될지언정 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론의 여지는 있지만, 1970년대의 경영 전략은 주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을 체계화하고 치밀하게 정비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으며 앤소프의 이론을 깊게 파고드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 앤소프 이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가 진행되었고, 또한 실무자가 참고할 수 있는 좀 더 치밀한 양식, 각각의 분석 방법이나 전략 수립 기법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이 착실하게 축적되어 갔다.1 이런 연구들은 모두 동일한 흐름 내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론의 큰 줄기는 여전히 변함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신진 연구자가 있었다.
바로, 당시 갓 30대를 맞이한 마이클 포터였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출신인 그는 경제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특히 산업조직론의 지식을 경영학에 응용하여 주목받았고, 세계적인 경영학 연구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한 시대를 석권했던 포트폴리오 중심의 분석형 전략론도 1970년대 후반에는 이미 한계를 노출하고 있었다. 당시 경영자들은 매력적인 사업 영역을 선택하는 것보다, 선택한 사업 영역에서 어떻게 경쟁에 승리하느냐에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제 전체가 성장하던 시대에는 성장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산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 성장하는 시장을 재빨리 찾아내 적절한 투자로 경험곡선효과를 얻으면 경쟁에서 앞설 수 있었다. 불리한 사업에서는 철수하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에 투자할 때 편익이 훨씬 컸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 이후 경제 전체의 성장이 정체되자 단순히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는 경영이 성립하지 않게 되었다. 산업 하나하나를 더욱 치밀하게 분석하고 이해한 뒤, 어떤 수를 둘지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인식이 힘을 얻었다.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다섯 가지 힘 분석은 단숨에 핵심적인 이론으로 부상하게 된다
출처: <경영전략의 역사> 본문
포터의 경쟁우위 전략은 어떻게 탄생했는가?
포터의 다섯 가지 힘 분석은 ①기업 간 경쟁, ②공급자의 협상력, ③구매자의 협상력, ④신규 참가자의 위협, ⑤대체 상품의 위협이라는 다섯 가지 힘을 이해함으로써 자사가 속한 산업의 구조적인 수익성을 분석한다는 논리를 골자로 한다. 또한 포터는 주장하기를, 그 구조에서 최적의 ‘포지셔닝’을 선택함으로써 경쟁자에 대해 경쟁우위를 확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 기본적인 포지셔닝은 세 가지다.
첫째는 디자인이나 성능 등 상품 특성을 통해서 우위를 차지하는 ‘차별화 전략’이고, 둘째는 가격의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비용우위 전략’이며, 셋째는 고객의 범위를 좁혀서 차별화 전략이나 비용우위 전략을 제공하는 ‘집중화 전략’이다.
이것이 포터의 경쟁우위 전략이라고 부르는 세 가지 전략의 방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포터가 어느 날 갑자기 독자적으로 이런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그 기본적인 발상은 훨씬 이전에 탄생했다. 따라서 다섯 가지 힘 분석과 이를 바탕으로 한 전략론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요구가 일어나게 됐는지 시대적 배경을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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