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운명이 베이징 첸팡Chengfang 스트리트 32번지와 관련이 있다고 하면, 무슨 소린가 싶을 것이다. 버킹엄 궁전, 백악관, 크렘린 궁전 같은 명소는 아니지만, 당신이 꼭 알아야 하는 곳임에는 분명하다.
미국 텍사스 월마트에서 출발한 우리의 1달러는 바로 여기로 흘러들어온다.
국가의 소유와 통제가 위력을 발휘하는 곳. 중국 인민 은행.
이제 우리의 달러는 이곳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로렌이 낸 달러는 일단, 전자회사 밍텐Mingtian(가상의 회사다)의 중국 선전 본사로 간다. 이들은 수천 개의 다른 생산업체들이 그렇듯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맹렬히 경쟁한다. 밍텐에게 필요한 건 달러가 아니다. 급료를 지급하고 중국 최대의 화창베이 전자상가에서 부품을 구입하려면, 위안화라고 부르는 인민폐가 필요하다. 그래야 드론이나 액션캠 같은 신제품 개발에 투자를 하고, 진품과 구분이 어려운 짝퉁 카피 제품에 추월당하지 않고 앞서 갈 수 있다.
밍텐의 재무 담당자가 미국에서 상품값으로 받은 달러를 시중은행에서 위안화로 바꾸면, 이 달러는 어디로 갈까?
당연히 달러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금고로 들어간다.
중국의 중앙은행은 국내에 들어오는 화폐를 철저히 통제한다.
그리고 통화 관리 덕택에 중국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중국은 번영하는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서 소비자들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값싼 수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래서 전 세계에 물건들을 팔아치우고, 전 세계인들의 수입을 자기 대륙으로 손쉽게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이다.
환율을 낮추면 수출품 가격이 싸진다. 거꾸로 수입품은 비싸지기 때문에, 자국민들에게는 국산품 애용의 당위성을 설득하기 쉽다. 게다가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는 이상, 미국 수출업자들의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므로 지속적으로 성장률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국이 이토록 오래 자국 통화를 강박적으로 통제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벌어들인 수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은 중국의 미래를 위해 투자되었다.
중국만큼이나 현금이 많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세계 지배는 어떨까. 솔깃하지 않은가? 돈이면 권력도 살 수 있다. 동맹이든 적이든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무작정 돈만 퍼부어선 안 될 것이다. 머리를 써야 한다. 중국처럼 아주 창조적으로 말이다.
먼 여정이 늘 그렇듯, 흥분과 위험으로 가득 찬 모험이다. 중국으로서도 큰 모험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우리의 1달러는 베이징 금융가의 금고에 갇혀 있을 운명이 아니다. 무려 7개 시간대를 지나,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로 향하는 1달러의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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