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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철학이 있는 기업

#9. 너무 싸서 시골서도 찾아오는 가게?

by 센시오 2020. 8. 24.

누가, 언제, 무엇을 사도 365일 할인!

데엠에는 항시할인 가격제 외에도 또 한 가지 요소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서 자주 거론하는 ‘코너 상품’이 그것이었다. 코너 상품은 고객들이 그 상품을 기준으로 매장 전체의 가격 수준을 가늠하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상품을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런 식이다. ‘아하, 버터가 싸네. 그럼 이 상점에 있는 다른 물건들도 쌀 거야.’ 이것을 흔히 ‘코너 상품 효과’라고 얘기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소비자들은 모든 제품의 가격을 다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특히 자주 사는 제품,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두세 가지의 코너 상품 정도만 가격을 기억한다. 그 당시 항시할인 가격제와 광고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코너 상품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코너 상품이 특히 저렴해야한다는 것은 소매상의 철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어느 매장에서 나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나는 계산대 옆에 서서 손님들이 봉지에 물건을 담는 것을 돕고 있었다. 그날은 나이가 지긋한 어느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장바구니를 보니 에델바이스사의 소화제인 락토오스가 들어 있었다. 결코 코너 상품이 될 수 없는 비주류 상품이었다. 그런데 이 여성은 락토오스를 여덟 팩이나 구입했다. 장바구니에 락토오스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궁금증이 발동해서 부인에게 왜 이렇게 락토오스를 많이 구입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부인은 답했다.

“네, 항상 여기서 락토오스를 사요. 다른 곳에 비해 데엠이 20페니히나 더 싸요. 그래서 일부러 전차를 타고서 여기까지 온답니다. 반나절이 족히 걸리지만 괜찮아요. 저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한 번 올 때 여러 개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기도 하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 여성에게는 락토오스가 바로 코너 상품이었다. 코너 상품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은 여기에 적용되지 않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코너 상품을 가지고 있으며, 코너 상품은 매우 개인적인 것이었다.

그날 이후 항시할인 가격제에 대해 논의할 때마다 나는 락토오스를 구입한 부인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즉, 고객이 데엠에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요하지 않은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규칙적으로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코너 상품이 된다. 그때부터 우리는 코너 상품에 대한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이렇게 말하게 되었다.

모든 상품은 저렴해야 한다!

경쟁 업체들은 우리를 비웃었다.

“소수만 찾는 제품까지 가격을 낮추다니, 참 어이없는 생각일세. 이제 우리 수익이 훨씬 더 높겠어.”

하지만 이러한 항시적인 저가 전략 덕택에 더 많은 사람들이 전차를 타고 데엠을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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