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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서재 시리즈/철학이 있는 기업

#7. 6만 명 직원 모두가 존중받는 회사?

by 센시오 2020. 8. 24.

통조림 지식을 권하지 않는 기업

데엠은 중앙에서 기획하고 통제하는 연수 프로그램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세상에 이미 만들어진 일률적인 과정, 말하자면 ‘통조림 지식’을 그저 전달하기만 하는 행위를 우리는 거부한다. 무엇보다 비축된 지식을 배우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지 않으면 대답 또한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직원계발’이라는 과제를 직원들에게 직접 맡겼다.

여기서는 ‘일 속에서 배운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우리의 기본 원칙은 이러했다.

아무도 수동적으로 배울 수 없으며,
모두가 직접 배워야 한다

자발적이고 독자적으로 배움을 시도하도록 하는, 그런 소용돌이를 만들기 원했다. 우리는 이런 원칙에 발맞추어, 쓸모없어진 옛 개념 대신 새로운 개념을 마련했다. 현재 데엠에는 '가르친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연수생’ 혹은 ‘수습사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에 우리는 ‘배움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는 이러한 구상을 ‘일 속에서 배우기(Lernen in der Arbeit)’, 짧게 줄여서 ‘리다(LidA)’라고 부른다.

리다 과정에서 배움생들은 실제와 같은 근무 조건에 놓이며, 과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접근하는 법을 배운다. 모든 배움생은 자신의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실제로 배움생들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매장에서 활용됐는데 예를 들어, 현재 모든 데엠 매장이 사용하는 염소를 쓰지 않은 100% 재활용 종이는 배움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천한 것이다.

이 외에도 이 세상의 많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따르고 있는 원칙들을 데엠은 설립 초반부터 깨나갔다.
우선 특정 수준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만 특정 직급 이상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원칙을 폐기했다. 그 당시 업계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지점장들이 안타깝게도 학력 때문에 승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데엠에서는 경영진의 50%는 실무자, 50%는 학위 소지자로 구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내용을 경영 편람의 첫머리에 실었다. 나 또한 내 인생에서 학교 졸업장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여성의 위치도 확보하도록 했다. 오랜 기간 동안 남성만 경영진에 오를 수 있었던 타사와 대비되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데엠은 데엠만의 경영 문화를 만들어나갔고 더 나아가서는 '본부'까지 없애버렸다. 
경영자에게 자신의 회사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하면 95%는 종이 위에 피라미드를 그린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피라미드를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피라미드식 위계를 하늘 끝까지 쌓아올리지 않고도 계속되는 성장을 극복할 수 있을까?’ 에 관해서만 고민했다. 위, 아래라는 개념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각 지점에 100% 권한을 부여했다.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매장 안에서 의미를 찾고 책임을 느끼고 적극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했다.

6만 명의 직원들이 ‘꼭 해야만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일한다고 상상해보라.

어느 날 보게 된 ‘노동조합이 칭송하는 할인점’이라는 제목의 기사 속에서 기자는 
데엠이 직원들을 ‘성숙한 인간으로서’ 대한다는 사실을 기사 곳곳에서 강조하며 놀라움을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치약이나 유기농 뮤즐리를 파는 업체에서 경영진이 직원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사실에 많은 비판가들은 실소를 금치 않았다. 그러나 데엠은 이제 많은 영역에서 독일 전체 소매상의 표준이 되었다.”


물론 재정비의 과정은 길고도 힘겨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직원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냈고,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한번이라도 후회했다는 데엠 직원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당시 우리가 차후 20년의 성공을 위한 초석을 놓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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