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천 명 일자리 없앤 게 전략이라고?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먼저 나쁜 전략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나쁜 전략의 속성은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미사여구'를 구분하는 것이다.

미사여구는 뻔한 내용을 화려한 말로 가리기 위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핵심 전략은 고객 중심 중개 활동이다”라는 한 은행의 전략을 보자.
중개 활동은 예금을 받아서 대출을 내주는 일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이 전략은 은행이 원래 하는 일을 설명할 뿐이다.
다만 “고객 중심”이라는 표현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경쟁우위를 확보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을 뒷받침하는 차별적인 정책이 없다. 결국 “고객 중심의 중개 활동”은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이 전략에서 미사여구의 허울을 벗기면 “우리의 핵심 전략은 은행이 원래 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가 된다.
 
진정한 통찰을 담은 좋은 전략은 복잡한 내용을 쉽게 표현한다. 반면 진부한 시각을 담은 나쁜 전략은 쓸데없이 내용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래서 부족한 내실을 온갖 미사여구로 감추려 한다.
 
두 번째, '문제를 피하는 것'이다.

인터내셔널 하베스터는 한때 미국의 4대 기업이었다.
이사회는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새 CEO로 영입했다. 그는 외부 컨설팅을 참고하여 전략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리고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서 매출과 순익을 늘리는 전략을 발표했다.

새 CEO는 전략을 세울 때 실적과 목표에 치우친 나머지 '회사의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라는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다. 당시 회사는 시도 때도 없는 인사이동과 불공평한 대우에 직원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상황이었다.

얼마 후 단체협상안에 대한 노조와의 타협에 실패하고 파업이 6개월간 계속되었다. 사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42개 공장 가운데 35개가 문을 닫았고, 8만 5천 명이 해고되었다.    

지금은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표나 차트 대신 비전에 이어 사명 선언 내지 핵심 가치를 먼저 정한 다음 전략적 목표를 나열하고 그에 따른 전략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근사한 문구와 구호에도 불구하고 현대식 전략 역시 대개 과거식 전략처럼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히지 않는다. 단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계획을 늘어놓고 사정이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분석하지 않으면 전략이 아니라 목표나 희망사항을 나열하는 데 그치게 된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맥킨지로부터
'전략의 거장'으로 불린 리차드 럼멜트. 

그가 경영전략 50년 역사 속에서 뽑아낸
전략의 정수를 한 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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