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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셀러★/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게임폐인으로 20대 다 버리고 30대 '이거 하나'로 고시 합격

by 센시오 2021. 3. 2.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전성민 작가 매일경제 인터뷰 기사입니다.

 

출처 : 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2/29735/

 

https://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1/02/29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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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폐인으로 20대 다 버리고 30대 '이거 하나'로 고시 합격

 

[꽃직업 꿀직업] 게임 폐인으로 고시촌 20대 보내고
30대 재도전 후 1년만에 행시 2차 합격

3차 낙방 후 재도전해 입시, 행시 동시합격하기까지
'한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 저자 전성민

 

 

그는 우리가 '간절함'을 너무 쉽게 말한다고 했다.

전성민 씨는 20대 때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행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5년 넘게 공부했지만 합격 커트라인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공부보다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은 탓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고시라는 시험에 간절함이 있던 것이 아니라 그저 합격이 줄 달콤함만 생각하며 망상에 젖어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망상인지, 간절함인지를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그것을 위해 얼마나 시간을 쓰는 확인하는 겁니다. 간절한 목표가 있으면서 그 목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고, 다른 것들을 포기하지도 않고 있다면 그냥 그건 무턱대고 하늘에서 비가 내리길 기도하는 기우제나 다름이 없죠."

20대를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 빠져 게임중독자처럼 허비하고 도피하듯 입대했다. 31세에 제대 후 그가 다시 고시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아무도 그의 결정을 지지해주지 않았다. "모두가 만류했지만, 이전과 달리 그때 제 가슴속 한편에 무언가 꿈틀대고 있었습니다." 간절함이었다.

5년 동안 합격권에 들어본 적 없는 그는 제대 후 1년 만에 행정고시 2차 합격이란 결실을 이뤄냈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러니 역시 믿었던 대로 결과가 바뀌었고 너무 기뻤죠." 그런데 아주 소수만 탈락한다는 3차 면접에서 정작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이게 꿈인가. 정말 믿기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황망히 떨어진 다음 날 그는 학교에 갔다. 책상에 앉았고 책을 펼쳤다. 불합격 전날과 똑같이 공부를 했다. 다시 1년 후 이번에는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동시 합격이란 결과가 나왔다. "다들 얼마나 기뻤냐고 묻는데 무덤덤했습니다. 이미 그전에 한 번 떨어졌고 그때도 지금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내가 아니면 누가 붙어'라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내심 수석합격도 기대했죠(웃음)." 입법고시는 차석으로 붙었다.

현재 그는 국회 의사국 의안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www.youtube.com/watch?v=gXtcQUN09mY&t=1s


중독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을 바꿔라


-20대 때 게임중독이셨다고요.

▷그때 했던 게임이 스타크래프트였습니다. 저희 세대 국민 게임이었죠. 당시 게임 전적이 한 1만전 정도였는데 시간으로 환산하면 몇 년에 달할겁니다. 어마어마하게 한 거죠. 게임을 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게임하는 것도 피곤합니다(웃음). 하다가 지치면 밥 먹고, 그리고 게임하다 지루하면 프로게이머들 영상을 보고, 영상 보면 따라 하고 싶어서 다시 게임을 했죠. 20대는 그렇게 보냈으니 당연히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게임중독에 왜 빠졌을까요.

▷중독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피형 중독과 습관형 중독. 도피형 중독은 교류의 결핍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주의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지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고독감을 느낄 때 도피의 방법으로 '중독'을 선택하는 겁니다. 저 역시 부산에서 가족과 지내다 홀로 서울에서 고시 공부를 하면서 불안하고 외로워 게임으로 도피했던 것 같습니다. 중독이 심화되면 습관이 됩니다. 부정적인 행동이 자극과 반응을 반복하며 제 뇌에서 굳어지는 거죠.

-게임중독을 끊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중독에서 벗어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걸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그 대상이 게임이든, 술이든, 도박이든 중독이 된 상태라면 본인 의지만으로 벗어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브루스 알렉산더의 '쥐 실험'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 실험에 따르면 철창에 갇혀 있는 쥐에게 일반 물병과 약물이든 물병 두 가지를 주면 대다수 쥐는 당연하듯 약물이 든 물병을 택했습니다. 반면 놀이 공간과 치즈, 친구 등 쥐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갖춰진 일명 '쥐 공원'에 쥐들을 넣고 똑같이 일반 물병과 약물이 물병을 주면 단 한 마리도 약이 든 물병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중독이라는 게 단순히 본인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독을 벗어나려면 일단 기존 환경부터 180도 바꿔야 합니다.

-본인은 어떻게 환경을 바꾸셨나요.

▷저 같은 경우는 군대가 완전히 절묘하게 환경을 다 바꿔줬습니다. 그동안에 내가 지내왔던 생활 그리고 인간관계를 싹 바꾼 것이 입대였던 셈이죠. 그래서 무조건 중독의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입대가 되었던 주변 환경부터 다 바꿔야 합니다. 물론 환경을 바꾸는 게 쉽지 않죠. 오히려 더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오로지 환경의 변화 없이 나의 의지만으로 중독을 극복하려 한다면 더 오래 걸릴 거라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간절함을 쉽게 말한다


-20대 때의 불합격과 30대 때의 합격을 나눈 건 무엇이었을까요.

▷우리가 그 어떤 단어나 말을 할 때 누구나 쉽게 그 단어를 이야기하거든요. 간절하다고 하는 표현도 마찬가지입니다. 20대 때 저는 제가 합격이 되게 간절한 줄 알았어요. 하지만 나중에 30대 때 제가 다시 공부하면서 느꼈던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간절하지 않구나'. 불합격했던 20대 때와 합격했던 30대 때 저의 차이점이 어디서 비롯된 걸까 하면 오로지 '간절함'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간절함은 어디서 비롯됐나요.

▷20대 때 저는 여유가 되게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나이도 어리니 '올해 못 보면 내년에 합격하면 돼'라고 여유 있게 생각했어요. 31세의 나는 뒤가 없었어요. 내 뒤에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1년 안에 모든 걸 걸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된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합격을 못하더라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서른 살이라는 '배수의 진'이 사실상 합격의 원동력이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무언가 목표하는 게 있는 분이라면 이 배수의 진을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TV 프로그램을 보니 배우 박은석 씨는 배우가 되기 위해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다고 하더라고요. 혹 한국에서 배우가 못 되면 언제든지 미국으로 돌아가면 된다는 나태한 마음을 원천 차단한 거죠.

-간절함과 불안함은 동전의 양면이잖아요. 간절함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대하고 첫 1년간은 그런 고민할 여유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1년 안에 내가 붙겠다는 목표로 공부했기 때문에 그때는 운동할 시간도 없었고, 진짜 하루에 공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제가 1년 만에 행정고시 1차와 2차에 합격을 했는데 3차 면접에서 떨어졌단 말이에요.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니 감정적인 부분에 좀 더 영향을 받게 되고 공부하다가도 한 번씩 울컥할 때가 있었어요. 그때 운동을 했습니다. 몸을 단련하면 정신이나 의지도 단련되고, 무엇보다 어떤 불유쾌한 감정들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2차 시험을 치는 동안에도 새벽에 달리고 시험장에 갔습니다.

-당시에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사실 공부 방법은 학원에 가면 다 있어요. 실천하느냐의 문제죠. 다만 30대 때 저는 남들과 똑같이 공부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필속이 느리고 글씨를 못 썼거든요. 그래서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 행정고시가 열 페이지 답안지에 답을 써내야 하는 시험인데, 입법고시 열두 페이지짜리 시험지로 준비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도 채우기 힘들 정도로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열두 장도 다 쓰게 됐고. 행정고시를 볼 때 열 장 채우기는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3차에서 떨어진 다음 날 그는 책상에 앉았다


-제대 후 첫해에 1·2차 시험을 동시에 합격하셨어요. 그런데 정작 3차에 낙방하셨어요.

▷'어 이게 꿈인가?' 믿고 싶지 않았죠. 2차에 붙고 부모님도 너무 기뻐하셨고. 저도 제대하고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데 스스로도 놀라고 기뻤는데, 정작 면접에서 떨어지는 소수의 사람이 제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죠.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저녁 6시 발표였어요. 6시가 지나도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렸죠. 부모님이 초조하게 기다리시다가 "어떻게 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때는 지금 생각해도 좀 울컥한데 제가 "면접에 떨어졌다" 하니 부모님은 "괜찮다"고 하셨죠. 그런데 눈에 눈물이 맺힌 걸 봤어요.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때는 너무 슬펐죠. 밤에 잠을 자는데 너무 잠이 안 오더라고요. 1년간 내가 진짜 정말 열심히 했는데 다시 똑같이 그 생활을 처음부터 해야 한다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1년 또 한다고 해서 고시라는 시험이 합격한다는 보장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 절망감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너무 충격이 크셨을 것 같은데.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고 바깥을 한번 쳐다봤어요. 똑같더라고요. 나한테 있어서는 인생에 너무나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는데 바깥은 너무 평온해요. 바깥을 한참 쳐다보다가 그냥 학교를 갔어요. 그리고 책상에 앉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죠.

-떨어진 다음 날 공부를 시작하신 거예요?

▷고시반 사람들은 다들 엄청 놀랐죠. "면접에 떨어졌는데 바로 왔네?" 말도 못 걸더라고요. 섣불리 위로의 말을 해줄 수도 없으니까요. 저는 막상 책을 보니까 내가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1년 더 공부하면 내가 훨씬 답안을 잘 쓰겠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렇게 그날 하루 그냥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기 시작하니까 점점 부정적인 생각들이 사라지더라고요.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죠.

만약 면접에서 떨어진 그다음 날 너무 힘들어서 그냥 그날 하루는 집에서 그냥 쉬자 했으면 엄청 오래 슬럼프에 빠졌을 것 같아요. 집에 있으면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되고 계속 잡생각이 났겠죠. 그 대신 바로 나의 원래 공부 루틴으로 돌아가니 오히려 자연스럽게 감정이 치유되더라고요.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라


-반대로 입법고시 차석, 행정고시 둘 다 합격했을 때 그 마음은 어땠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그 질문도 많이 하더라고요. "둘 다 합격했을 때 정말 기쁘지 않았냐." 그런데 저는 정말 무덤덤했거든요. 직전에 면접에서 떨어졌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최종 결과에 대해 엄청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더라고요. 최선을 다했을 때 결과가 불합격일 수도 있고 합격일 수도 있다. 단편적인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그냥 나의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묵묵히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나중에 그게 좋은 일이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요. 무엇보다 조금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두 번째 시험을 마쳤을 때 이미 합격할 거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떨어지면 붙을 사람 없다." 사실 저는 내심 제가 수석 합격할 줄 알았어요. 수석은 좀 먼저 알려준다는데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수석은 아니구나' 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던 생각이 납니다(웃음).

-입법고시, 행정고시 둘 다 붙은 걸 보면 원래부터 머리가 좋았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단순히 저의 겉으로 드러난 스펙만 보면 고시 준비하는 수험생 중에 오히려 중간보다 더 밑에 속할 거예요.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에요. 지방에 있는 국립대인 부산대를 졸업했어요. 객관적으로 제가 머리가 똑똑해서 2년 만에 붙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 주위 합격한 친구를 봐도 '나와 다른 어떤 천재다'라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저 인생 어떤 한순간에 몰입해서 모든 걸 걸어봤던 친구들이었어요. 우리가 살면서 엄청나게 대단한 것들을 요구받는 게 아니잖아요. 노벨상 같은 걸 타야 하는 게 아니니 대부분 충분히 노력 여하에 따라서 성취할 수 있는 목표들이에요. 머리가 어때. 이런 것들은 정말 핑계나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친 듯이 치열하게 한 번은 나의 잠재력을 폭발해야만 하는 시기가 있는 거죠. 그래서 제 경험을 적은 책 제목도 '한 번이라도 모든 걸 걸어본 적 있는가'입니다.

-지금 어려운 시험 공부를 하고 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살면서 너무나도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듣습니다. 주위에서 '너는 나이가 많으니까 안 돼' '너는 지방대 출신이라서 안 돼' '너는 돈이 없어서 안 돼' 이렇게 부정적인 말들을 굉장히 많이 해요. 자신이 알게 모르게 그런 말들에 오염되기 쉽죠. 그래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기 자신을 믿고 긍정적인 말들을 해주면 분명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저도 남들이 말하는 걸 곧이 곧대로 들었다면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도전하지 못했을 거고, 그럼 합격도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중요한 건 절대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말이나 그런 것들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능성을 믿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개츠비' 소설에 보면 "무한한 희망"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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